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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수기

SUNY in Stony Brook 2011년 봄학기 글로벌인재양성 후기입니다.
이름 : 조기태 | 작성일 : 2011.09.05 12:11 | 조회수 : 7584

4개월 동안 Stony Brook에서 생활하면서 들었던 과목, 좋았던 점과 마음에 안 들었던 점,

그리고 자잘한 팁 위주로 매우 솔직한 후기 진행하겠습니다.

우선 저는 경영학과구요, 제가 들었던 과목은

 

전공

Intro to Decision Science(수리적의사결정모형, 3학점)

Social Entrepreneurship(사회적 기업 창업에 대한 이해, 3학점)

 

교양

Elementary Spanish(기초 스페인어, 4학점)

Intro. to Psychology(심리학개론, 3학점)

Modern Drama on Stage(현대연극감상, 3학점)

 

이렇게 다섯 과목, 16학점을 들었어요. 결과는 다른 건 다 잘 나왔지만 심리학개론은 F를 받아버렸어요.

너무 어렵더라구요. 용어 소화하기도 힘들거니와, 구차한 변명이지만, Javit동 강의실이 워낙에 큰지라

교수님 말씀도 다 울려서 안 들렸구요.

 

Social Entrepreneurship은, 시험은 없었지만 수업 참여도가 정말 중요한 과목이었어요.

학생이 손을 들고 발언을 할 때마다 이름을 얘기하게 되는데,

그게 쌓여서 교수님이 학생 이름을 기억하시도록 만들어야 점수가 그나마 나오는거죠.

전 거기서 꿔다논 보릿자루였어요. 다행히 연세대에서 교환학생 온 친구랑 착한 페루출신 학생이랑 한 조가 되어서

마지막 사업계획서 잘 짜서(라기보단 걔네들이 잘 짜 줘서) 결과가 좋았지요.

 

Intro. to Decision Science는 수리적 근거에 기초한 경영자의 의사결정을 다루는 건데요,

기본적으로 사칙연산이랑 2차함수 그래프만 그릴 줄 알면 소화할 수 있는 과목 되겠고요,

네 번의 수리논술 과제가 주어지는데, '내 이거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진 죽어도 못 풀겠다' 싶으면

TA를 찾아가면 100% 해결됩니다. 어떻게든 이해시키더라구요.

경영학과 복수학위를 희망하시는 분이라면 이건 전필에 해당하는 과목이니까 꼭 들으세요.

전 여기서 그 네 번의 과제들 중 하나를 쿨하게 쌩... 아니, 안 내서 A-(충대기준 A0)를 받았어요.

 

Modern Drama on Stage는 그 말로만 듣던 늬우욝, 예, 뉴욕 씨티에서 수업이 진행됩니다.

미드타운 27번가 Park Avenue 사거리 북동쪽 건물 2층엔가가 SBU Manhattan 강의동 되겠고요,

거기서 인저, 오리엔테이션 및 연극 감상 후 토론을 하지요.

맨하탄, 브루클린 등의 곳곳에 위치한 소극장에서 재미있는(하지만 전 못알아들었습니다.) 연극만 보면 A를 주는,

LIRR 기차표값이랑 공연 표값이 많이 깨지긴 해도 연극을 보는 날이 기다려지는 과목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Elementary Spanish는, 제가 가장 잘 들었다고 생각하는 과목이었어요.

교수님은 Deborah S. de Araujo(데보라 실바 데 아라우호)라는, 소위 말하는 브라질 미녀 교수님이셨구요,

그 분 수업 스타일이 스페인어 수업시간엔 스페인어만 쓴다라는 게 있어서

처음엔 '여기가 어디인가, 나는 또 누구인가' 하게 되는데, 안심하세요. 2주일이면 다 따라가게 되어있습니다.

강좌 규모도 20명 이하로 되어있어서 나중엔 자연스럽게 서로 얼굴 이름, 뭐 하는 누구인지 다 아는 사이가 되고요,

저 같은 경우엔 충대에서도 교양 1영역만 12학점을 들었을 정도로(그 중 C+도 있습니다.) 외국어 과목을 좋아해서

스페인어도 재미있게 적극적으로 배울 수가 있었어요.

나중엔 중, 고등학교에서도 스페인어를 먼저 접했을 미국애들에 저한테 막 물어보는데, 와, 좋데요.

스페인어 특유의 곤잘레스풍 억양과 "아로로로로ㄹ~"하고 혀 굴리는 발음도 재미있었고요.

더 좋았던 건, 학기가 끝나고 애리조나에 있는 American Conservation Experience라는 단체에서 환경자원봉사를 했는데

거기 가 보니까 스페인어가 모국어인 애들이 되게 많았어요. 간단한 대화는 스페인어로 먼저 해주면 좋아하더라구요.

 

수업 얘기는 이만하면 됐고, 안 좋았던 점을 알려드릴게요.

저의 경우엔 룸메복이 정말 없었습니다. 여러분은 시설보다 중요한 게 룸메라는 사실을 출국전에 알아주셨으면 해요.

시설 좋았죠. WEST Apartment니까요. 거실, 소파, TV, 오븐딸린 부엌, 욕실 두 개, 크고 아름다운 방들... 좋았어요.

 

저희 방에는 저랑 모 국가(ㄱ이라 하겠습니다.) 출신 3명,

그리고 다른 모 국가(ㄴ이라 하지요. 오픈된 게시판이니까요. 누가 자기나라 사람 욕하는 걸 좋아하겠어요, 안그래요?)

출신 1명 이렇게 다섯 명이 터를 잡고 서식을 했어요.

 

저랑 같이 살았던 ㄱ국가 출신 친구들 사람 참 좋았어요. 쾌활하고 잘생기고 형씨넉살좋고 첫날부터 차로 투어도 해주고.

물론 모든 ㄴ국가 사람들이 이러는 건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개개인의 차이겠죠.

근데, 안치워요(이하 ACWY, which stands for An Chi Wo Yo)

얘네들끼리 파티를 해요. 여기저기 종이컵, 콜라병, 맥주캔 나뒹굴어요. ACWY.

치킨을 시켜먹고선 바닥에 닭다리 뼈다귀를 흘렸어요. ACWY.

피자를 먹고 골판지랑 피자 부스러기가 테이블 위에 있네요. ACWY.

Custodian은 매주 화요일에 와요. 수요일날 이 꼴을 만들어 놨어요. ACWY.

 

왜 이리 안치우냐고 한마디 했죠. 걔네들 曰, "Custodian 이 다 치워주고, 우리가 돈 다 내는데 왜 치우냐?"

할 말을 잃었어요.

나중엔 같이 여기 온 형님이 저희방에 오시더만 너가 참 고생이 많다라고 하시더라구요.

 

또 다른 ㄴ 국가 출신 친구 1명.

ㄱ 국가 애들과는 또 다른 차원에 입각해서 저를 괴롭혔어요.

ㄱ 국가 애들 요리 안 해요.(얘네 요리까지 했다면, 으휴!!!) 저랑 ㄴ 요리해요. ㄴ이 제일 많이 해요.

설거지 안 해요. 1주일에 한 번 해요. 그렇다고 괘씸한거 제가 대신할 순 없잖아요, 그죠?

그 친구 그릇들을 살살 피해가면서 제 껄 해요. 나중가면 것도 못 해요. 쌓여서.

한마디 해요. 알았대요. 이틀뒤에 해요.

 

식사중이시라면 죄송하지만, 이친구, 과민성 뭐시긴가봐요. X을 언제나 스프레이로 싸요. 변기 시트에 뭐가 막 묻어요.

그래도 대학다니는 지성인인데, 자기라고 뭐 그러고 싶겠어요. 그렇다고 자기집에서 그것도 못 하게 할 수도 없고.

변기 시트에 뭐가 묻은 것 같은데, 좀 자기가 했으면 뒷사람을 위해 책임을 지자고, 좋게좋게 얘기할 수밖에요.

 

금요일 밤이네요. 오늘은 그친구가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어요. 전 그 친구 바로 옆방이에요.

와우! 오우~예~! 이거 소리가 완전, YD가 따로 없어요.

 

제 기숙사 생활은 정말 한마디로 오감불만족이었어요.

 

여러분, 시설이 다가 아니랍니다. 룸메가 마음에 안 든다 싶으면 꼭! 꼭! 꼭! 늦기 전에 방을 바꾸세요.

 

 

경솔한 불평불만이 많았네요. 좋았던 점이 훨씬 많았어요. 가장 좋았던 것 부터 말씀을 드릴게요.

여러분, 충대에는 없지만 미국 학교엔 있는 게 뭘까요?

순환버스? 훌륭한 교수님? 방대한 학술자료? 꿈을 펼칠 기회? 멋진 친구 선후배? 맛난 밥? 이런 건 충대에도 너무 많죠.

미국학교엔 있지만 충대엔 없는 것!

시시할 수도 있지만, 바로 앉아서 제대로 쉴 공간 되겠습니다.

 

제가 가장 부러웠던 점이 그거였어요.

모든 건물마다, 모든 층별마다, 미국 학교엔 소파 혹은 벤치, 하다못해 편의점 야외의자 같은 거에 테이블이 있었어요.

수업 중간중간엔 그런데 빙 둘러앉아서 샌드위치며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고, 조별과제를 하고, 스터디를 하는 모습.

정말 너무 부럽더라구요. 충대엔 그런 게 절대적으로 부족하니까요.

딱히 있어봤자 언어교육원 라운지랑 1학 2층 북까페, 도서관 매점 정도죠.

언교원 라운지는, 거기서 스터디 해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아침부터 꽉 들어차요. 자리 없어요.

1학 북까페는 떠들 만한 곳이 못 되고, 도서관 매점은 자리도 협소한데다가 바로 앞에 앉은 사람 목소리 듣기도 힘들죠.

 

충대에선 조별과제나 스터디를 모여서 하려면 참 고생 많았어요. 빈강의실 전전하고 스터디룸 예약하고....

단과대 휴게실, 노천까페는 아주 배달음식 시켜먹는 곳이 되어버렸고요.

먹을데가 부족한것부터가 문제죠, 불쌍한 학부생들이 문제겠습니까.

어쩌다보니 공강때 들어갈 학생회실도, 동아리방도, 과방도 없고 여휴도 없는,

거기다가 멀리서 통학하는, 밤늦게 집에 들어갈 때까지 갑갑한 외출상태인 남학생은 그럼 어딜가야 합니까?

공강시간, 호젓하게 간식과 책 한 권의 여유를 위해 갈 곳이,

돈 내고 비좁은 자리를 잡고, 노래를 억지로 들어야 하는 교내 커피숍 아니면

공기부터 무거운 도서관 열람실 및 자료실 밖에 없다면, 학교생활 너무 가혹한 거 아니겠습니까?

 

충대에 돌아와서 학교를 다니면, 그런 곳만 눈에 들어옵니다. 예를들어 경상대 정문로비, 백마상 뒤쪽 벤치 이런데요.

그밖에 테이블 하나 없이 벤치만 좍 깔려있는 곳들, 등나무...

여긴 테이블 몇 개만 심으면 참 좋겠다. 탁 트인 분위기에서 토론도 하고 과제도 하고 책도 보면 얼마나 좋을까.

도끼다시 바닥이라서 구두소리가 심하다면, 미국처럼 그 위에 카펫 깔면 돼요. 대리석은 뭐. 이미 깐거 어쩔수 없죠.

떠드는 소리가 울려퍼진다면, 흡음재 시공, 강의실 밀집지역 이중방음문 설치 미국처럼 하면 됩니다.

도서관 앞에 담배꽁초요? 거기 그늘 만들고 테이블 깔면 사람들 와서 토론하고 얘기하고 공부할텐데,

그 옆에서 담배 피울까요?

괜히 무슨 아무도 안 보는 전광판이니, 어디 로비에 대형 모니터며 우레탄 인도, 이런거 설치할 게 아니고요.

오르는 등록금은 이런 데 먼저 쓰여야죠, 그죠?

 

그 밖에도 서로 손 들고 얘기를 하지 못 해서 안달이 난 수업분위기,

나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에게서도 충분히 무언가 배울 수 있는, 격없는 언어,

롱보드 타고다니기 좋은 캠퍼스,

뉴욕시티와의 접근성과 이에 따른 인턴기회,

어디든 차로 15분이면 바다에 갈 수 있음에도 습하지 않은 기후,

그리고 미치도록 싼 옷값과 쇠고기값 등, 와보시면 좋은게 한 두 가지가 아닐 겁니다.

 

 

이제 시계열에 따라 유용한 팁만 알려드리면 되겠네요.

 

일단 출국하시기 전에는, 어떻게 해서라도 영어공부 최대한 많이 하세요.

미국 가시면 연습할 기회는 없습니다. 그때부턴 그 전까지 쌓아온 영어실력을 토대로 하는 실전이에요.

단어장을 사서 달달 외우기보단, EBS 입트영, 귀트영, Power English, Easy English 같은 거

들으면서 받아적어도 보고 따라말해도 보고 하시면서 입과 귀부터 푸는 연습을 하시는 게 좋을 거에요.

미드도 많이 보시구요. How I Met Your Mother 이거 되게 재밌어요.

http://puwazaza.com 에도 유용한 생활영어 팁들이 많아요.

 

출국날짜를 기다리다보면, 그리고 충대에서 기말고사 공부에 시달리다 보면

SBU 수강신청을 하게 될 겁니다.

Solar System에 들어갈 때는 시간과 언어 우선순위가 미국, 영어여야 돼요.

제어판 국가 언어 설정에서 미국 컴퓨터로 둔갑을 해 주시고~

거기서 전 헤매다가 제가 듣고싶던 마케팅, 브랜드 관련 과목들을 다 놓쳤어요.

그쪽도 역시나 재무, 회계쪽 보단 마케팅이나 인사쪽 과목이 인기가 많더라구요.

 

공항패션은 무조건 간결하게! 발에 땀이 나는 남성분 같은 경우엔 츄리닝에 슬리퍼가 제격이겠죠.

미국애들 옷 드럽게 못 입습니다. 한학기동안 자유로운 막패션 즐기고 오세요.

 

공항에서 학교까지 가는 데는 콜밴이 가장 편합니다.

미국 도착하잖아요, 힘들어서 돈아낄 생각 쏙 들어가요. 어차피 기차타나 그거 타나 별 차이도 안나구요.

현지 한인콜밴 전화번호 몇 개는 알아 가시면 좋아요.

 

미국에 도착하시게 되면, 어디가 어딘지 감이 도통 안 잡히실 겁니다.

기본적인 지도로 길 찾는 방법을 알아가시면 처음 며칠동안 길찾고 건물 찾는게 수월할 겁니다.

캠퍼스 맵 정도는 한국에 계실 때 프린트 해 가세요.

지도상에서 따로 방위가 표시되지 않다면, 위쪽이 무조건 북쪽입니다.

지도상에 자기가 어디 있는지 알고, 내가 향하고 있는 방향이 어느 방향인지만 알면 어디든 갈 수 있어요.

더군다나 미국은 도로명주소를 쓰는데, 여기에 방위까지 들어가니까 방위를 안다는 게 더 중요해지죠.

저는 주로 시계와 해를 보고 방위를 짐작하는데, 봄학기에 파견가시는 분들은 해 보기가 좀 힘들지도 몰라요.

나침반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이 있다면 더욱 좋겠죠?

 

전화는 VisionMobile에서 아마 국제전화 정액제 카드를 구해서 쓰는 게 좋을거에요. 전 AT&T를 써서 이건 잘 몰라요.

 

학교 가시면 충대분들, 아주대분들, 이화여대분들 많을 거에요.

다 좋은 분들이고, 친해질 기회도 많을테니 잘 붙어서 도움 많이 받으시구요.

다들 뭐 하나 알려주지 못해서, 도와주지 못해서 안달 난 분들이니까요.

 

그리고 중요한 거! 동아리 페어 꼭 놓치지 마세요.

여기는 무슨 동아리 모집이 페어 날 SAC에서 딱 하루만 하고 어디로 쏙 숨어버리더라구요.

전 그 날을 놓쳐서 하고싶었던 봉사 동아리 활동도 못 하고 왔습니다.

미국에 있다고 미국 친구들이랑 친해질 기회가 많이 생기는 건 아니에요.

같은 강의실에 있을 뿐이지, 뭘 같이 하는 게 있어야 친해지는 거 아니겠어요?

동아리 활동이 가장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니까 저처럼 되지 마시고 꼭 잡으세요.

 

그리고 공부 열심히 하시구요.

솔직히 전 날로먹는 과목을 많이 들어서 공부는 좀 게을리 했어요. 근데 그게 후회가 되더라구요.

도서관 추억도 많이 못 만들고.

 

한번만 더 한다면 정말 잘 할 수 있을텐데.

인생이 뭐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 그땐 그게 최선이었는데, 지나보면 엄청 후회되고.

아무쪼록 새로이 가시는 분들의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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